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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종합사회복지관 김강희 팀장) 웰다잉 (well-dying), 잘 죽는다는 것

관리자 | 2022-05-10 | 조회수 : 224

웰다잉 (well-dying), 잘 죽는다는 것 / 절영종합사회복지관 팀장 김강희

 

우리는 누구나 잘 살고 잘 죽고 싶어 한다.

매년 자기 계발서는 불티나게 팔리고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잘 살아가는 누군가를 선망하며 그를 닮아가기 위해 공부하고 건강관리에도 힘쓴다.

이렇게 우리는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반면 잘 죽기 위한 노력을 하는가? ‘잘 죽기 위한 노력이라는 말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잘 죽기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잘 죽는 것, 좋은 죽음은 무엇일까? 한 설문조사에서 좋은 죽음에 대해 물었다. ‘죽음을 마주했을 때, 후회가 없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인사를 하며 헤어질 수 있는 죽음’, ‘사람으로서 존중받으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등의 답변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병원에서 인공호흡기와 수많은 링거에 몸을 맡긴 채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민 10명 중 8명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왜 우리는 뜻하지 않은 모습으로 죽음 앞에 무력해지는 걸까? 우리 사회 전반에는 죽음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암묵적인 문화가 만연한 듯하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감추어지는 존재였고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단어와 벽이 생겼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준비되지 않은, 혹은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죽음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는 학교의 정규 과정을 통해 죽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웰다잉 프로그램이 겨우 운영되고 있을 뿐, 아직 우리나라는 죽음에 대해 조심스럽기만 하다.

 

지역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웰다잉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 어느덧 7년 차가 되었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준비, 공부는 자연스러워졌다. 5년 전 어느 날, 문득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훼손된 채로 병원에 누워있는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였다. 마지막 순간에 내가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건 사전연명을 거부함으로써 조금 더 사람답게 죽어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잘 죽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메멘토 모리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우리의 죽음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해야 한다. 죽음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 현재의 모습에 감사하게 되고 소중한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게 하고 조금 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죽음을 생각하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는 어떠한 순간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참 많은 상황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그중 죽음의 순간도 속하지 않을까.

죽음을 준비하는 것,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한 필수조건이지 않을까.

 

201824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으며, 환자가 존엄하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국립연명의료기관에 의해 관리된다. (www.l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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