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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아동복지원 정경미 팀장) 내 편이 되어 줄래요?

관리자 | 2022-06-22 | 조회수 : 291

내 편이 되어 줄래요?

남광아동복지원 정경미 팀장

 

1. 내가 네가 아니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해서 미안해

내 나이 서른 즈음 열 살인 너를 돌보며 네가 나인 것처럼 내가 살아왔던 그때를 떠올린다.

나는 뭔가 다 안다는 듯 너에게 답을 던져주었고, 정말 대단한 해답을 준 듯 우월감에 더 열정을 다했다.

 

어렸던 너는 든든히 자신을 지켜줄 울타리도 없이 돌봐주고 있는 선생님들께 의지하며, 인정받기를, 칭찬 듣기를 매일 간절히 바래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너를 만들고 판단하고 질책도 서슴없이 했을 것이다.

나의 대단한 열정은 너를 위하는 것이며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열 살이던 아이는 어느덧 내 키를 훌쩍 넘긴 청년으로 나타났다.

공부 잘하고 순종적이었던 너의 모습은 내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었고, 네가 나를 보고 싶어 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지나간 시간 앞에서 나를 대하는 너의 태도는 냉담했고 조금은 낯설기까지 했다.

나의 기대는 그저 착각이었다.

 

함께 한 시간이 나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너에게는 벗어나고 싶고, 잊고 싶었던 기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청년이 된 너를 마주했을 때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종종 엄청난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이라고 다른 이들에게 동조를 얻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한다.

열 살이었던 아이는 절박하게 나에게 맞춰 주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다.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너의 그 절박함을 외면하지도 착각하지도 않고, 귀 기울여 들을 것이다.

미안해 아들아~ 내가 네가 아니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해서…….

 

2. 내 편이 생기게 해 주세요

"너를 위해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라고 말하는 나를 향해서 "아니. 너는 단 한 번도 나를 위해 어떤 것도 하지 않았어라며, 소리 없는 외침을 끊임없이 쏟아냈지만 나는 멈추어 듣지도 않았고, 너의 아픔을 외면한 채 끊임없이 너를 바꾸기 위해 채찍질만 해 왔던 것 같다.

 

고등학생 여자아이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다며 위하는 척도 관심 있는 척도 하지 말아 달라고 소리치며 말했다.

당신은 내가 아니기에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황과 나의 감정에 대해 결코 알지 못하니 제발 아는 척도 이해한다고도 하지 말아 달라고 더 이상 듣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공감한다는 말을 종종 사용하지만 결국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가야 할 길을 정해준다. 여러 명의 아이를 돌보며, 그 아이의 사소한 말 한마디부터 건강, 학업, 관계의 고민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지만 진작 다 들어주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일처리를 하듯 빨리 해결을 해야 하는 경우들이 자주 발생하기에 건성으로 듣기도 하고 다 이해한다며, 급히 대화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은 떼를 쓰기도, 도와주기도 하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며 관심을 받기 위해 애를 써 보지만 결국 혼자라는 지독한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주위에 많은 분들이 아이들을 응원하고 관심을 보이며, 책을 선물해 주기도 하고 간식을 보내주기도 한다. 우리는 그 마음에 감사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으로 아이들의 헛헛한 마음이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큰 힘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내편이 있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내편이 생기게 해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을지도…….

 

3. 네가 옳았어.

십여 년이 흐른 지금 또 다른 너를 대할 때면 네 편이 되어 들어주려 노력한다.

오늘은 조심스럽게, 내일은 민감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공감하며…….

함께 한 시간들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즐겁고 평안한 시간이 되길 바라며, 언제나 네가 찾은 답이 옳았다고 지금은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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