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복지
‘해파랑 길 770km를 걸으며 - 권중돈’을 읽고’
남광종합사회복지관 김고은
‘길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 터전이며, 다양한 모습의 삶이 펼쳐지는 현장이며, 마을과 마을을 이어서 세상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그러므로 복지는 책과 제도 속이 아닌 저 길 위에 있어야 한다.’, ‘ 그 길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복지의 모습을 눈과 귀, 코와 입 그리고 온 몸으로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싶었다.’로 시작하는 글귀에 저자가 느낀 것들이 무엇일지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이 길 위에서 저자가 느낀 수많은 생각들 중 ‘불신과 배려의 공존’이라는 목차에 대해 나도 저자와 함께 좀 더 많은 생각을 해보고자 한다.
저자는 표식이 없어 방향을 찾기 힘든 길 위에서 길을 찾고자 동네 주민에게 말을 건넨다. 동네 주민은 낯선 외부인의 질문에 경계심과 두려움을 내비친다. 저자는 그 상황에서 느낀 현실을 ‘불신사회’라고 말했다. 어떤 교수가 성과중심의 현대사회를 피로사회라고 표현한 것을 인용하며 피로사회보다 더 삭막한 삶이 바로 이 ‘불신사회’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세상으로 변해 가면, 사회복지가 추구하는 어울림의 세상을 어떻게 구현 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저자가 길 위에서 불신만 만난 것은 아니었다. 혼자 여행 중인 저자는 2인분 기준으로 판매하는 식당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1인분 주문이 가능한 백반을 주문한다. 식당 주인은 먼 길을 걷느라 행색이 초라해진 저자를 보고 잘 먹고 다녀야 한다며 다른 음식을 더 내어 주신 것도 모자라 음식 값까지 깎아주려고 했다. 저자의 고단함과 힘듦이 한순간에 녹아내리게 만드는 배려와 친절도 만난 것이다.
나의 하루에도 업무의 공적인 부분부터 인간관계의 사적인 부분까지 ‘불신’과 ‘배려’가 공존하며 이 감정들을 수시로 느낀다. 뿐만 아니라 뉴스를 통해 ‘불신’으로 인한 범죄소식과 ‘배려’로 마음 따뜻해지는 미담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담사례 보다는 범죄소식이 더 자주 들리는 것으로 보아 현대사회가 피로사회보다 더 삭막한 삶인 ‘불신사회’에 가깝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어 보인다.
‘불신’을 줄이고 ‘배려’를 채워 좀 더 살기 좋은 현대사회로의 변화와 동시에 사회복지가 추구하는 어울림, 나눔, 행복, 건강, 풍요로운 지역사회 등의 긍정적인 가치들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복지사로서, 지역주민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