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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치종합사회복지관 권옥중 대리) 인권과 생명의 존중 사이에서

관리자 | 2022-11-24 | 조회수 : 246

인권과 생명의 존중 사이에서 / 와치종합사회복지관 권옥중 대리


얼마 전 한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다. 지역주민으로부터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며 방문해주길 부탁받고 찾아 뵌 어르신이었다.

알코올성 치매로 상담조차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고 식사를 제대로 드시지 못해 거동이 힘들어 보일 정도로 마른 어르신이었다. 가족이나 주변에 돌봐줄 지인이 없다보니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행정복지센터에 상황을 공유하여 방법을 마련하고자 해도 병원에 입원을 시키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보였다.

수차례 어르신을 찾아가 설득을 하여도 어르신은 입원을 거부하셨고 이에 임시적으로나마 어르신이 드실만한 죽과 음식들을 챙겨드리며 장기요양 서비스를 신청하여 연계를 진행하였지만 그동안에도 어르신은 눈에 보일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어 나중에는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하고 혼자서 화장실도 가시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떨어지셨다.

그대로 두면 어르신이 돌아가실 것 같다는 생각에 관리사무소와 행정복지센터 직원과 함께 찾아가 어르신을 강하게 설득하였지만 어르신은 말을 못할 만큼 기력이 떨어진 와중에도 손 사레를 치시며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셨고 결국 그날 밤 사이 그대로 돌아가셨다.

 

나와 같이 어르신을 설득해왔던 관리사무소와 행정복지센터의 담당자 모두 강제로라도 입원을 시켰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마음에 여운이 깊이 남았다.

 

사회복지 일을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을 종종 맞닥뜨리곤 한다. 조현병으로 치료가 필요하지만 치료를 거부하여 병이 악화되었고 저장강박이나 이상행동으로 주변 이웃에게 피해를 미치는 상황이 왔지만 이를 관리해 줄 법적 보호자가 없어 민관 모두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다.

결국 이 대상자는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며 이를 명목으로 병원입원을 하게 된다. 당시에는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조치하는 것이 맞다고 그 자리에 함께했던 모두가 생각하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치료를 받으며 효과를 보았고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이 되어 퇴원을 앞두고 있다.

 

처음에는 조현병이 심해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의 혼미한 상태였지만 회복이 된 지금은 상담이 가능해져 대상자의 심정을 들어볼 수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대상자는 병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렇기에 대상자에게는 입원 상황이 많이 힘겨웠다고 했다.

당시 상황에선 모두가 옳다고 생각했던 선택이었고 그에 따른 긍정적인 결과로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지만 대상자의 입장에선 분명히 부당하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여겨질 만하다 생각되었다. 하지만 인권을 존중하다보니 대상자의 병세가 악화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로인해 주변 이웃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던 것도 사실이었기에 대상자의 말에 마냥 동의할 수가 없었다.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이 많은 요즘, 인권에 대한 민감성이 중요해진만큼 사회복지 현장에서 대상자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지만 때때로 이런 상황이 오면 인권과 생명의 존중 사이에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사회복지사로서 대상자를 존중하고 싶지만 어떤 선택이 더 대상자를 위한 것인지 분별이 어려운 순간이 올 때 당신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하겠는가?

다만 바라는 건 이상과 현실의 괴리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건 그 선택이 대상자를 위한 것이고 그 선택으로 대상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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