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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노인복지센터 이신정 과장) 치매어르신들과 하나 되는 삶

관리자 | 2023-05-19 | 조회수 : 125

치매어르신들과 하나 되는 삶 - 남광노인복지센터 이신정 과장


낮에 다르고 밤에 다르다. 가족 중 치매 환자를 수발하는 사람이라면 낮과 밤이 다르다는 의미를 실감할 것이다. 남광주간보호센터는 낮 동안 치매 어르신을 보호하는 곳이다. 운영 담당자로서 16년 가까이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고 보호자와의 상담을 통해 어르신들이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파악은 하고 있지만, 기관의 성격상 운영 시간 이후에 어르신을 직접 관찰하는 경우는 드물다.

 

치매는 초기에는 우울감, 불안감, 무감동의 형태로 나타나고 중고도 이상의 치매일 경우 의심, 망상, 환각, 착각, 초조, 배회, 공격적, 수면장애, 반복행동, 이식증, 부적절한 식사 행동, 돌봄에 대한 거부, 부적절한 대소변 관리 및 위생관리, 소리 지름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가정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직접적인 수발을 담당하는 가족 구성원은 건강과 정서적인 한계를 느끼고 대인관계도 단절되어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경험을 한다. 치매는 가족의 삶의 질도 함께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지난해 4월경부터 보호자의 사정으로 기관 내 어르신 몇 분을 저녁 시간까지 보호하면서 치매 어르신들이 야간에 보이는 증상과 보호자가 겪는 고충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는데 사례를 들어보겠다. 70대인 L 어르신은 전형적인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이나 가족들은 치매를 인정하지 않고 정상인처럼 대했다. 그러다 보호자는 남편이 밤이 되면 배회증상이 너무 심해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며 힘든 사정을 실토했다. 어르신은 해가 지면 주변을 경계하고 공격적으로 되며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는 더 나빠졌다. 보호자는 이러다 병이 나서 죽을 것 같다는 고통을 호소하였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예로 조현병과 치매를 같이 앓고 있는 S 어르신이 있다. 어르신은 낮 동안 인지가 양호하며 기억력이나 언변이 예사롭지 않은 편이다. 주간 보호를 마치고 집에 오면 저녁을 먹어도 배고픔을 호소하는데 늦게 퇴근하는 보호자 처지에서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어르신은 저녁이 되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창문을 뛰어넘고 3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말을 하고 환각, 환시, 환청 증상이 모두 나타났다. 야간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치매 어르신들을 수발하는 보호자의 고충을 절감했다.

 

치매가 깊어지면 어르신들은 오늘 행동과 내일 행동이 다르고 아침에 했던 말과 저녁에 했던 말이 다르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자식이나 배우자 얼굴도 알지 못하고 배우자를 엄마라고 착각하는 때도 많다. 그래서 보호자 대부분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이 넘는 수발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있다.

 

어르신들은 약물치료와 돌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데 치매 어르신들을 무시하는 언행이나 공포를 조장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치매 노인은 자기 보호를 위해 공격성이 강해지고 치매도 더 나빠질 수 있다. 칭찬과 격려 등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게 하되 어르신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가 걸렸다 할지라도 감정은 고스란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치매국가책임제는 이러한 사정에 처해있는 보호자 모두의 희망이자 바램이나 그에 따른 내실 있는 운영이 부족해 보인다. 치매를 예방하고 제도를 통해 치매 초기 단계부터 개입하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길 바란다.

 

현재 각 기관은 이용 어르신들의 수가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노력을 하지만 기관끼리 어르신 영입 경쟁을 하면서 어떻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스럽고 너무 소모적인 방법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어르신들을 모시는 노인시설은 국가에서 인건비를 책임져 주어야 한다. 종사자의 신분을 국가 공무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종사자의 복지를 보강하여 어르신들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이 개선될 때 서비스의 질은 반드시 더 좋아질 것이고 그 수혜는 어르신들과 보호자에게 전해질 것이다.

 

치매를 겪어내는 어르신들의 삶과 보호자들과 삶이 온전히 보호되고 어르신들을 돌보는 우리의 사명감이 더 나은 길을 만들어 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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